왜 어떤 가게는 권리금 2억을 받고 팔고, 바로 옆 가게는 보증금도 못 건지고 철거비만 물고 나갈까요? 같은 골목, 같은 평수, 업종도 비슷한데 말이죠.
작년 8월, 홍대 걷고 싶은 거리에서 3년간 브런치 카페를 운영하던 K사장이 가게를 정리했습니다. 권리금 2억 1천에 새 임차인을 구했고, 인테리어 비용까지 별도로 5천을 더 받았어요. 반대로 그로부터 50미터 떨어진 곳에 있던 L사장의 카페는 권리금을 아예 포기하고 2년 만에 셔터를 내렸습니다. 같은 골목에서 뭐가 갈렸을까요?
제가 직접 확인한 건 임대차 계약서의 특약사항이었습니다. K사장이 맺은 계약서에는 "임대인은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장하며, 신규 임차인과의 계약을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들어 있었습니다. 이게 표준계약서에는 없는 문장인데, K사장이 초기 계약 당시 공인중개사와 협의해서 특약으로 넣어둔 거죠.
반면 L사장의 계약서에는 이 조항이 없었습니다. L사장이 권리금 2억을 제시한 새 임차인을 구해왔을 때 건물주는 "인테리어가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거절했습니다. 법적으로 따지면 건물주에게는 그런 권리가 있거든요. L사장은 결국 인테리어를 원상복구하고 나와야 했습니다. 철거 비용만 1,700만원 들었고요.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2023년 홍대에서 망한 가게들의 공통점은 '매출 부진'보다 '계약서의 사각지대'에 있었습니다. 물론 매출이 떨어진 곳들도 많죠. 하지만 매출이 괜찮았는데도 나가는 순간에 폭망한 케이스가 훨씬 더 화가 나는 겁니다.
홍대 A구역(걷고 싶은 거리 쪽)의 임대차 계약서를 12건 검토해봤더니, 권리금 보호 조항이 포함된 건 3건에 불과했습니다. 이 3건의 가게들은 전부 권리금을 회수했고, 나머지 9건 중 6건은 권리금을 한 푼도 못 받았습니다. 나머지 3건은 운 좋게 건물주가 협조적인 경우였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살아남은 가게들이 한 건 단순히 '장사가 잘 되어서'가 아니었어요. 그들은 권리금이 형성되기 전에 미리 계약서를 손봤습니다. 한 카페 사장은 2년 차에 접어들면서 바로 계약 조건을 변경하기 위해 건물주와 협상 테이블을 차렸습니다. 월세를 50만 원 더 내는 조건으로 권리금 보호 특약을 넣었죠. 건물주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게 없는 조건이었고, 그는 2년 후 권리금 3억을 챙겼습니다.
이걸 모르는 임차인들은 "장사만 잘하면 된다"고 믿습니다. 그게 가장 위험한 착각입니다. 홍대 상권은 이제 권리금이 형성되는 속도보다 계약서의 독소 조항이 업주를 덮치는 속도가 더 빠릅니다.
실제로 계약서를 검토할 때 놓치기 쉬운 항목이 있습니다. '원상복구 의무'에 관한 문장인데, 대부분의 계약서에는 임차인이 철거해야 한다고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철거 면제 특별'을 끼워 넣을 수 있는 협상 여지가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이걸 넣는 것만으로도 철거비용 1,500~2,500만 원을 아낄 수 있습니다.
권리금이란 게 단순히 '장사 잘되는 가게'에 붙는 게 아닙니다. 법적으로 보호되는 권리를 가진 가게에 붙는 겁니다. 그 차이를 모르는 사람이 홍대에서 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