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 밤, 신도림 모처의 먼지 쌓인 보드게임방 구석. 어떤 놈이 글룸헤이븐 1판 박스를 열어놓고 "2판으로 너프된 스펠위버 카드가 뭐였냐"고 묻더군요. 옆에서 듣다가 하도 답답해서 내가 대신 답해줬습니다. 이런 걸 물어보는 시점에서 이미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걸 모르는 거죠.
대부분 사람들이 그냥 넘어가는 포인트가 있어요. 카드 숫자 하나 바뀐 게 아니라, 그 변경 하나로 특정 빌드의 생존력 자체가 뒤집히는 경우. 보통 사람들은 "에라타"라고 하면 밸런스라고 치부하지만, 실은 디자이너 아이작 차일드레스가 특정 조합의 지나친 효율을 저격한 흔적입니다.
## 버프와 너프 사이, 진짜 교훈
가장 말이 많았던 건 브루트(Brute)의 1레벨 카드인 "Leaping Cleave"의 너프입니다. 1판에선 상단 공격력이 4였습니다. 2판에선 3으로 떨어졌죠. 경험치도 1포인트 깎였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데미지 1이 아니라, 이 카드가 연계되는 "Balanced Measure" 하단과의 콤보 계산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점이에요. 1판에서는 탱킹만 하던 브루트가 이 콤뽀 하나로 딜러 역할까지 꿰차는 미친 짓이 가능했습니다. 아이작은 이걸 인정할 수 없었던 게죠. 초반 밸런스를 위해 단순한 숫자 너머의 설계를 건드린 겁니다.
반면에 마인드시프(Mindthief)의 핵심 카드인 "The Mind's Weakness"는 상향을 받았습니다. 하단 지속 능력이 근접 공격 시 +2였던 게 2판에서 그대로 유지되면서도, 상단 공격 액션에 붙은 혜택이 더 명확해지고 텍스트가 정리되었어요. 1판의 모호한 문구 때문에 "증강제가 두 번 적용되느냐"로 테이블마다 칼부림 나던 걸 해소한 거죠. 사실상 능력치보다 텍스트의 정밀함을 높인 케이스입니다.
## 룰 변호사의 코너케이스 판정법
여기서 진짜 문제가 시작됩니다. 2판으로 왔지만 여전히 공식 FAQ에도 없는 판정들이 있어요. 대표적인 게 스펠위버(Spellweaver)의 "Reviving Ether"입니다. 이 카드는 잃어버린 카드를 복구할 때, "버려진 카드 더미가 아닌 다른 곳에 있는 카드" 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어떤 놀석이 묻더라고요. 압구정 룸싸롱 같은 데서 술 마시다가도 갑자기 이걸 물어봐서 진 빠진 적이 있었어요. 활성화 중인 카드, 그러니까 현재 라운드에서 쓰고 있는 카드 두 장은 복구 대상이 되냐는 거죠.
엄밀히 말하면 안 됩니다. '잃어버린' 상태는 게임 내에서 특정한 위치를 뜻하는 용어입니다. 활성화존은 그 위치가 아니에요. 그런데 문제는 2판 룰북 어디에도 '활성화존'이라는 명확한 시제가 없다는 거. 1판 포럼의 디자이너 답변을 끌어와야만 합니다.
두 번째. 크랙하트(Cragheart)의 "Backup Ammunition" 사용 시 원거리 공격이 추가 대상에게 '정확히 같은 공격'인지, 수정치 적용 전 원본인지. 이건 보드게임기크 긱포럼에서도 67페이지짜리 쓰레드가 생길 정도인데, 결론은 후자에 가깝습니다. 첫 타겟에 적용된 강화나 상태 이상은 복사되지 않아요. 이걸 모르고 1판 하던 버릇으로 2판에서 플레이하다간, 아군 힐러의 버프를 두 번 받으려다가 게임 밸런스 자체가 무너지는 대참사가 벌어집니다.
마지막으로, 2판에서 가장 조용히 삭제된 요소 하나 짚겠습니다. 1판 타운 레코드 북에서 오픈하는 "봉인된 룬" 이벤트. 이게 2판에서는 해당 이벤트 자체가 사라지면서 특정 클래스의 해금 타이밍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사람들은 카드만 보지만, 캠페인 전개의 긴장감 차이가 이런 데서 발생합니다.
자, 여기까지 봤을 때 당신이 1판과 2판 중 어떤 걸 선택해야 하느냐.